금융위기 폭풍으로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그 여파가 우리 일상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뉴욕 맨해튼 32가 한인타운에 빽빽히 들어선 식당들도 추석 이후 꾸준히 줄기 시작하던 매출이 최근엔 30퍼센트 이상 떨어졌다고 한다. 여기에 음식 재료 값조차 큰 폭으로 상승해 수지타산 맞추기가 어려운 식당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종업원 수를 줄이거나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용실, 노래방, 의류점, 치과, 성형외과 등 다른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만나는 업주마다 “늘 불황타령을 해왔지만, 이렇게 최악의 상황은 처음”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너나 없이 모두가 공황상태를 경험 중이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인간에게 있어 모든 필요의 우선인 먹는 것까지 줄이는 마당에 부동산 시장 상황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맨해튼 부동산 시장에서도 불안한 징후가 여기저기 선명히 드러난다. 우선 새로 지어진 콘도들의 마케팅이 달라졌다. 독점 판매권을 가진 콧대 높던 부동산 회사들이 바이어를 데려가는 협력 브로커들에게 수백달러짜리 고급 식사권을 경품으로 제공하고 커미션도 이전의 두 배에 해당하는 5~6%를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이 전에는 건물 완공 뒤 2년 이상이 지난 후에야 클로징 테이블에서 페이 첵을 받았지만 요즘은 계약을 하자마자 커미션의 일부를 미리 받는 경우도 있다. 아무나 바이어가 되기 어려운 지금은 일단 계약이 체결되면 성사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어가 힘을 행사하는 요즘 마켓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최근 들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관망해온 바이어들의 문의가 빈번해졌다. “언제쯤 사야 합니까?” “더 떨어질까요?” “좀 더 기다릴까요”.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하락 시기에 사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이 시기에는 활황에는 볼 수 없었던 좋은 매물들이 나온다. 이들 매물은 대부분 형편이 급박한 셀러들이 내놓는다. 가격도 이미 적절하다.
바이어는 그 가격에서 좀더 깎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대금 지불방법까지 바이어에게 유리하게 협상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동안 때를 기다려온 바이어들은 자갈밭에서 금강석을 고르느라 발걸음이 분주하다. 지금이 바로 값어치 있는 좋은 물건을 사들일 수 있는 그 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에 적합한 시기를 따지기에 앞서 바람직한 투자 자세를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가 감당하고 있는 총체적 경제 위기는 바로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까지 부추겨서 부동산 투자에 끌어들인 금융기관들과 여기에 편승했던 우리 모두가 저지른 실수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몇년 전 뉴욕타임스에서 부동산 투자로 성공한 사람의 기사를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다. 그는 동생과 함께 식당업으로 돈을 모아 식당 맞은편 작은 건물을 사들였고 그 건물에 또 하나의 식당을 차린다. 이들은 다시 목돈을 만드는 대로 그들의 능력에 맞다고 여겨지는 작은 건물들을 사들였다. 식당을 계속 운영하는 한편 건물 임대수입을 합해서 불과 몇 년 동안 맨해튼에 30여채 이상의 건물을 수집했다.
부동산 투자의 적기가 언제인가를 묻는 기자에게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을 살 때 누구의 말도 믿지 않는다. 변호사나 브로커의 말도 믿지 않는다. 다만 내가 다운 페이먼트를 할 수 있는 돈이 준비가 됐을 때, 바로 그 때이다. 일단 사들이면 그 부동산에 대해 잊어버린다. 내 비결은 그뿐이다.”
이 부동산 투자의 귀재가 짚어준 적합한 투자 시기는 개인의 사정이 준비된 때이며, 그리고 부동산은 장기적인 투자라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압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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